2023. 【마을복지관】 달달한 정이 오가는 마을복지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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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60회 작성일 23-07-20 13:35본문
#동남권_마을복지관
#여기는_주민_대나무숲
#슨상님_내애기_좀_들어주쇼
오랜만에 H마을의 이00 어르신(86세)께서 마을복지관을 방문하셨다. 더운 날이었지만 왠지 얼굴은 더 상기된 표정이셨다. 시원한 물도, 음료도 싫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차분히 숨돌리고 이야기하시라 했더니 한참을 망설이신다.
"어디가서 말도 못하겠고
슨상님이 내 얘기쪼까 들어주쇼"
일명 안동댁으로 불리는 홀몸 어르신. 어린시절 안동에서 나름 양반대접 받으며 사셨고 11살쯤 김제로 이사를 오셨다. 말씀은 안하셨지만 가세가 기울었을 터, 15살 때 이곳 남자랑 혼인을 했고 4남 2녀를 두었다. 자식들도 노령연금 받을 나이는 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문제는 지난 5월 4일 장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지니고 있던 지갑, 도장, 신분증을 다 분실하셨다는 사실. 큰 아들한테 이야기를 하니 자못 싫은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었다. 내가 들어도 어떤 말은 대못처럼 가슴에 박히기도 했다.
어르신 말씀처럼 누구는 나이 먹고 싶어 먹나,
뒤돌아서면 깜빡하는 것을 난들 어떻게 하냐,
어버이날에 코빼기를 비추기를 하냐,
지 애비 있었으믄 나한테 이렇게는 못허지...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바라보며 들어드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호응하는 것도 괜한 부채질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신 후, 빙그레 웃어 주신다.
"슨상님한테 별소리를 다 허네..
그래도 들어준 께 고맙소. 어디다 말도 못햐~"
#여기는_주민_대나무숲
#슨상님_내애기_좀_들어주쇼
오랜만에 H마을의 이00 어르신(86세)께서 마을복지관을 방문하셨다. 더운 날이었지만 왠지 얼굴은 더 상기된 표정이셨다. 시원한 물도, 음료도 싫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차분히 숨돌리고 이야기하시라 했더니 한참을 망설이신다.
"어디가서 말도 못하겠고
슨상님이 내 얘기쪼까 들어주쇼"
일명 안동댁으로 불리는 홀몸 어르신. 어린시절 안동에서 나름 양반대접 받으며 사셨고 11살쯤 김제로 이사를 오셨다. 말씀은 안하셨지만 가세가 기울었을 터, 15살 때 이곳 남자랑 혼인을 했고 4남 2녀를 두었다. 자식들도 노령연금 받을 나이는 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문제는 지난 5월 4일 장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지니고 있던 지갑, 도장, 신분증을 다 분실하셨다는 사실. 큰 아들한테 이야기를 하니 자못 싫은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었다. 내가 들어도 어떤 말은 대못처럼 가슴에 박히기도 했다.
어르신 말씀처럼 누구는 나이 먹고 싶어 먹나,
뒤돌아서면 깜빡하는 것을 난들 어떻게 하냐,
어버이날에 코빼기를 비추기를 하냐,
지 애비 있었으믄 나한테 이렇게는 못허지...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바라보며 들어드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호응하는 것도 괜한 부채질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신 후, 빙그레 웃어 주신다.
"슨상님한테 별소리를 다 허네..
그래도 들어준 께 고맙소. 어디다 말도 못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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