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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마을돌봄_고립예방】#78 "지금도 충분해요.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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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34회 작성일 25-10-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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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충분해요.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지난주, 백구면 뒷돌수마을의 이장님께서 긴급 의뢰를 해오셨습니다.
'오래토록 강아리랑만 산다', '밖을 안나온다. 완전 은둔된 사람이다'.
내심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 과연 어떤 분일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마을입구에서 만난 이장님은 '설명하기 어렵다' 라며 발걸음을 재촉하셨습니다.
잘 지어진 전원주택, 그리고 조그만한 창문을 이장님이 노크를 하셨습니다.
이윽코 '택배실(창문안에)' 라고 쓰여진 창문이 열리고 60대쯤 보이는 여성분이 얼굴을 비추셨습니다.
인사를 하기도전에 집안의 소란스럽게 짖는 강아지 소리와 심한 악취가 먼저 우리를 반깁니다.
10여년 전부터 반려동물 13마리를 집에서 혼자 키운다고 했습니다.
면연력이 매우 약하고 희귀성질병으로 외부활동을 안한다고 합니다.
먹거리와 생필품도 모두 택배로 주문하고 창문으로 전달받는 상황.
심지어 아들이 방문해도 유리창 밖에서 이야기만 나누고 간다고 합니다.
대문은 녹이 쓸고 거미줄만 촘촘히 쳐져 있습니다.
유리창 넘어로 긴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온라인에 담지 못할 개인적 서사도 적지 않습니다.
불편한 것, 필요한 것,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지 여쭤봅니다.
돌아오는 답은 '괜찮다. 지금도 충분하다. 찾아줘서 고맙다' 의 답변뿐이었습니다.
담당자의 명함을 한 장 건냅니다. 돌아오는 길, 고민이 깊습니다.
자발적고립을 선택한 대상자, 세상과 이웃, 가족에게 담을 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맴돕니다.
담당자의 고충도 커진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