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주공아파트 보듬회 「마을과 마을」

인사말

신풍동 보듬회 대표 김 형 숙

“함께 한다는 것은, 너와 나를 이해하는 것이더라”

신풍주공아파트는 길보른종합사회복지관과 도로를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30년 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400세대가 거주하는 이곳에 저도 오래토록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제2의 고향입니다. 다시 말해 가족을 일구고 자녀를 키우며 제 삶이 오롯이 녹아 있는 곳이지요. 그러던중 주변에 재개발아파트가 들어서고 고급 아파트가 신축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주민들이 떠나고 정이 메말라 가는 콘크리트 건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 휠체어, 보행기에 의지한 채 아파트를 거닐던 주민이 많아짐을 느끼게 되었죠. 주민들이 서로 왕래해도 인사가 사라지고 고성이 오가고 주차문제, 층간소음 등 하루가 멀다 하고 관리사무소에서 안내방송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자리 잡은 상가는 주민들 사랑방과 같은 곳입니다. 어느날 야채를 다듬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대낮에 소주병을 들고서 취한 주민을 보았습니다. 휘청휘청 걸어가는 그 주민을 본 이웃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피해 걷기에 바빴죠. 오래토록 살아온 주민들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어느덧 주민들, 이웃들에 관심가지는 게 일이 되었고 무덤덤, 무관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길보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직원이 방문하여 통장을 하고 있던 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바로 앞에 복지관이 있지만 실상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주민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복지관의 문턱이 높다기 보다는 그만큼 주공아파트 주민들의 삶이 강퍅하고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신풍주공 주민들을 중심으로‘보듬회’를 결성, 한 달에 한번이라도 아파트 쓰레기를 줍자는 취지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독거노인, 조손가정, 장애인가정에 밑반찬지원은 물론 주민잔치, 꽃화단조성, 벽화사업, 김장나눔, 명절행사, 기차여행 등 이웃들과 함께 주민들을 웃음 짓게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의 활동,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지만 주민들의 관계가 회복되고 인사가 오가며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함께 할 보듬회원 그리고 멋진 이웃이자 동반자인 길보른종합사회복지관 관장님과 직원분들께 이 글을 통해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